윤석열 "정의·상식 무너지는 것 더는 못봐"…문 대통령, 즉각 사의 수용

입력 2021-03-04 17:15   수정 2021-03-12 18:08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사퇴했다. 윤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여권의 사퇴압력이 거세졌을 때도 “무슨 일이 있어도 검찰총장의 임기를 마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그런데 갑자기 사표를 던진 것은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통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도를 막으려면 사퇴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 파괴’,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등의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쏟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의 향후 거취를 두고 “본격적으로 정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임기 142일 앞두고 전격 ‘사의’ 표명
윤 총장은 이날 오전 반차를 낸 뒤 오후 2시 출근길에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층 현관에서 “오늘 총장직을 사직한다”고 직접 발표했다. 발표 한 시간여 만에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표를 수용해 이날 이후 총장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윤 총장은 별도의 이임식은 열지 않았다. 대신 퇴근길인 오후 6시께 대검 1층에서 검찰 직원들과 악수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는 “여러분들과 함께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해 아쉽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어떤 압력에도 임기를 지키겠다”고 했지만, 결국 7월 말 임기 만료까지 142일 남겨두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의 사의 표명은 여당의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초강수 대응’으로 풀이된다. 전날 윤 총장은 대구지검·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수완박’은 결국 부패가 마음 놓고 완전히 판치게 하는 소위 ‘부패완판’을 부르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후퇴의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집권 여당의 검찰 수사권 박탈 추진을 정면 비판했다. 또 정세균 국무총리 등 여권에서 그의 언론인터뷰에 대해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자,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올바로 설명을 드리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가 과거 검찰총장들에 비하면 “버틸 만큼 버티다 내려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총장은 조국 수사 이후 줄곧 여권의 사퇴공세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초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같은해 10월엔 윤 총장에 대해 무려 6건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11월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은 대외적으로는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여권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굳히자 윤 총장도 자세를 바꿨다. 윤 총장은 최근 “직을 걸고서라도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막겠다”며 작심발언을 연이어 쏟아냈다. 그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검찰총장에서 물러나는 것은 검찰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4번째 ‘중도퇴장’ 총장 된 尹
윤 총장은 당초 문재인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맡아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대전고검 검사에 불과하던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깜짝 발탁’했다. 하지만 조국 수사에 착수하며 그는 정권의 ‘눈엣가시’가 됐다. 그럼에도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밀어붙였다. 자신을 따랐던 측근들이 지방으로 줄줄이 좌천되고, 헌정사상 초유의 감찰과 징계를 받았다.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한 14번째 검찰총장이 됐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정치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총장이 사의 표명 시점을 이날로 잡은 것 역시 여권이 추진하는 소위 ‘윤석열 출마금지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검사·법관은 퇴직한 후 1년간 공직 후보자 출마가 제한된다.

안효주/이인혁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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